'사법 지뢰밭' 걷는 한국 기업인들

입력 2018-02-14 16:11   수정 2018-02-15 09:43

●검·경, 툭하면 압수수색·기소 '전방위 압박'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는데도 구속 남발
●"기업 활동에 대한 배려·존중 없어 아쉽다"

20대 그룹 총수 중 9명이 '곤욕'… "한발 삐끗하면 감옥행" 불안감
삼성전자 사흘연속 압수수색… "먼지떨기식 수사" 비판 나와



[ 고재연 기자 ] 14일 경제계 인사들의 화제는 단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이었다. 지난 13일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전격 구속된 신 회장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사법부 비판이 비등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 총수를 굳이 구속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신 회장에게 적용된 뇌물죄는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여야 할 사안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에 대한 뇌물죄 적용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지적이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판결 내용을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근래 들어 사법부가 인신 구속을 너무 남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경영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는 하소연이 많다. 죄를 지으면 응당 처벌받아야 하지만 유독 기업인 수사가 범법 사실을 포착할 때까지 먼지떨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좌파 단체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을 이유로 한국의 고질적 정경유착을 비난하지만 기업들이 권력이나 정부에 밉보여 핍박받은 사례도 부지기수다.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는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검찰은 전방위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통해 해당 기업인을 기소하곤 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별건 수사’로 구속된 기업인도 상당수다.


2000년 이후 재계 순위 20위권 그룹 총수 가운데 기소된 적이 있는 사람은 아홉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5대 그룹 총수는 LG를 제외하고 모두 한 차례 이상 구속됐다. 한화 한진 CJ그룹 등도 비슷한 고초를 겪었다. 총수들이 감옥에 들어갈 때마다 해당 그룹의 인사·재무·경영 전략은 큰 차질을 빚었고 글로벌 신인도는 곤두박질쳤다. 경제계는 이처럼 잦은 기업인 구속이 경영활동과 기업인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배임죄를 둘러싸고 판결이 수차례 엇갈린 것이나 기업인에 대한 별건 수사가 횡행하는 것은 선진국만큼 기업 활동을 존중하지 않는 풍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선진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형이 확정될 때까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언론들이 1심 재판도 받기 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법정 구속한 것을 의아하게 본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계의 이 같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재계에 대한 사정(司正)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조현준 효성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되면서 효성그룹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가 재판에 넘겨지는 첫 사례다. 이중근 부영 회장도 지난 7일 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기업을 향한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KT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시범서비스를 선보이던 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 경기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전·현직 임직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또 검찰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변호사 비용을 삼성전자가 대납했다는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서울 서초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특정 기업을 상대로 사흘 연속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첫 압수수색에서 원하던 자료를 찾지 못하자 다른 비리자료라도 찾으려고 한 것 같다”는 얘기가 삼성 안팎에 나돌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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